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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회, 소설

들판 / 로베르트 제탈러 (지은이),이기숙 (옮긴이)

by 솔빛길-그러나 2022. 4. 11.

29명의 다양한 목소리와 삶을 통해 작은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교사, 성직자, 채소를 파는 상인, 꽃집 주인, 신발 가게 주인 등 각각의 인물은 ‘들판’에 오기 전, 다른 주인공을 스쳐지나 가거나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는 몰랐지만, 그리고 당사자는 여전히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죽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그것이 죽음 인지도 모른 채-다른 목소리의 주인공이 목격하기도 한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책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면, 죽음을 이야기하는 29명의 목소리를 통해 파울스타트가 그리고 그 주민들의 시간을 아우르는 4차원 입체 퍼즐처럼 생생히 살아난다.

 


추천글
“제탈러는 감정을 배제한 간결함의 대가이고, 순간을 포착하는 장인이다. 모든 게 떠다닌다. 모든 게 가볍다. 무거움조차 가볍다. 언제가 됐든, 어떤 식으로든, 모든 건 끝난다. 그 중간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간다.” - 엘케 하이덴라이히 (작가, 독일 ZDF 프로그램 <읽자!> 진행자) 
“파울슈타트 시의 죽은 자들을 그려낸 이 산문은 간결함이 넘치고 아름다움에는 인색하다. 그 인색함 속에 이 책과 저자의 강점이 있다.” - 이리스 라디쉬 
“사랑과 희망과 외로움 -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냉정하리만치 세밀하게 묘사하다니! 제탈러는 정밀한 시선으로 이 탁월한 솜씨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 아스펙테 
“이렇게 많은 진실과 지혜가 담긴 문장들은 오직 제탈러만이 쓸 수 있다.” - 안드레아스 플라트하우스 
“사려 깊은 시선, 속삭이는 말투, 바닥에서 돌을 집어 들고 그걸 이리저리 돌리며 바라보는 사람. - 제탈러의 언어는 이 신간에서도 이런 느낌을 풍긴다.” - 아네마리 슈톨텐베르크 (북독일방송(NDR) 프로그램 《쿨투어》) 


로베르트 제탈러 (Robert Seethaler) (지은이) 
1966년 오스트리아 빈 출생. 소설가 겸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상을 수상하였다. 소설 『한평생』은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 주간지인 《슈피겔》 선정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독일 아마존 2014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커다란 찬사를 받아, 2016년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이 소설 『담배 가게 주인(Der Trafikant)』은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엄청난 찬사를 받았으며 전 세계 문단이 주목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는 현재 빈과 베를린을 오가며 살고 있다.


이기숙 (옮긴이)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한 뒤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독일 인문사회과학서와 예술서, 그리고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으며 제17회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음악과 음악가』, 『율리아와 동네 기사단』, 『공간적 전회』, 『나의 인생』, 『데미안』, 『소녀』, 『인간과 공간』, 『푸르트벵글러』,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담배 가게 소년』, 『등 뒤의 세상』, 『들판』 , 『새해』 등이 있다.


책소개
죽은 자들이 무덤에서 말을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들판’은 파울슈타트라는 제탈러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작은 마을의 공동묘지이다. 전차가 들어온다면 정거장이 3개 밖에 안 될 법한 작은 마을 파울슈타트. 오래 전, 들판은 너무 메말라 감자 몇 알도 수확하기 힘든 휴경지였다. 매일 한 늙은 남자가 그곳의 벤치에 앉아 만약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궁금해 한다. 저녁이 되어 남자가 집에 들어가면, 죽은 자들은 말하기 시작하다. 각자의 이야기에서 이 조그만 마을의 이야기와 그곳을 살아간 인생들의 다중적 초상이 그려진다.
‘들판’의 죽은 자들은 저승이나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대신, 살아온 인생, 희망, 걱정거리, 행복과 실망의 순간을 꺼내 놓는다.

죽은 자들의 모놀로그

죽은 자들이 하는 말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대답 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무의미하게만 보이는 순간들이 가슴에 남는다. 그렇게 소냐 마이어스에게는 토요일마다 할아버지 댁에 가서 체스를 두었던 추억을 기억한다. 무덤은 평생 지내기에 그리 나쁜 곳만은 아니라고 부패한 파울슈타트의 시장은 말한다. 하이데 프리들란트는 인생에서 만난 67명의 연인을 열거한다. 냄새나 팔의 느낌이 기억나는 남자부터 “레니, 하겐, 빌프리트, 베르너 1, 베르너 2, 헬무트, 톰, 루돌프, 크리스티안 1, 크리스티안 2, 크리스티안 3, 정원사, 박사, 키 작은 남자, 가방 든 남자, 창백하고 생기 없는 남자,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남자……”처럼 이름만 혹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조피 브라이어는 “멍청한 인간들”이라고 외친다.
105세에 최고령자로 세상을 떠난 아넬리로어 베어, 자신이 두꺼비라고 생각했던 페터 리히틀라인, 파울슈타트의 기자였던 하네스 딕손, 이들 29명의 목소리는 단편적 모놀로그에서 그치지 않고 얽히고 설켜 ‘들판’이라는 놀라운 합창을 만들어 낸다.

‘한평생’으로 2016년 맨부커 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던 오스트리아 출신 소설가 로베르트 제탈러의 6번째 소설이자 그러나에서 ‘한평생’, ‘담배 가게 소년’에 이엇 소개하는 세 번째 책인 ‘들판’은 출간되자마자 독일에서 여러 달 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전작 ‘한평생’에서 제탈러가 한 남자의 80년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들판’에서는 29명의 다양한 목소리와 삶을 통해 작은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교사, 성직자, 채소를 파는 상인, 꽃집 주인, 신발 가게 주인 등 각각의 인물은 ‘들판’에 오기 전, 다른 주인공을 스쳐지나 가거나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는 몰랐지만, 그리고 당사자는 여전히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죽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그것이 죽음 인지도 모른 채-다른 목소리의 주인공이 목격하기도 한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책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면, 죽음을 이야기하는 29명의 목소리를 통해 파울스타트가 그리고 그 주민들의 시간을 아우르는 4차원 입체 퍼즐처럼 생생히 살아난다.

 

“삶을 이야기하려면,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들판’의 마지막 목소리 하리 스티븐스처럼 자신도 공동묘지에서 사색을 즐긴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마치 파울슈타트의 공동묘지에 앉아 죽은 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받아 적은 듯, 각 에피소드를 목소리의 특색을 존중하면서도 그만의 따뜻하고 섬세한 언어로 그려내었다.
인생을 바라보는 제탈러의 시선은 지혜와 화해의 힘을 지닌다. “죽은 이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용서해라.”라고 ‘들판’의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한 것처럼. 제탈러만의 시적인 감성으로 들려주는 삶에서 인생의 따뜻함, 고요한 아름다움이 묻어나고, 죽은 자들은 살아있을 때는 한 번도 말하지 못한 언어가 된다.
그리고 죽은 자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삶의 이야기 보다 생생히 살아있다.